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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재난 속 인간의 본성

by january100 2025. 7. 19.

콘크리트 유터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금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난 영화입니다. 인간의 본성과 집단 심리를 깊이 탐구하며 원작 웹툰과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한 작품으로 사회적 의미와 영화적 완성도를 동시에 인정받은 2023년 대표 한국 영화입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정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웹툰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웹툰 그대로 옮기지 않고 영화만의 세계관과 캐릭터 구성을 통해 재탄생된 작품입니다. 원작에서는 고등학생인 동현과 수현이 주요 인물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신혼부부 민성과 명화로 대체되며 이야기가 조금 더 성숙한 관계 속에서 전개됩니다. 이는 연령대의 변화만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가족 단위가 어떻게 흔들리고 유지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세트의  현실성이었습니다. 실제 아파트를 재현하기 위해 3층 높이에 달하는 세트장을 짓고 계단과 복도, 가구 배치까지 세밀하게 신경 썼습니다. 배우들이 촬영 당시 "마치 진짜 아파트에서 연기하는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배경이 겨울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촬영은 무더운 여름에 진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배우들은 두꺼운 겨울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해야 했고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에서도 긴장감 있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모여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세트장이라는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현실 속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화면 속 모든 디테일이 실제 아파트의 생활공간처럼 느껴져서 재난이라는 비현실적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현실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감독이 던지는 질문과 의미

엄태화 감독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영화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대지진 이후의 상황이 그려지지만, 카메라는 화려한 CG보다 사람들의 심리에 더 집중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생존자들이 쫓겨나고 아파트 주민들이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라 부르며 외부인을 바퀴벌레처럼 낙인찍는 장면은 집단의 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이런 상황들은 영화 속 설정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또한 영화 곳곳에 종교적 상징이 숨어 있습니다. 주인공 모세범의 이름은 성경 속 '모세'에서 차용된 것으로 히브리 민족을 이끌고 탈출했던 모세처럼 아파트 주민을 대표하는 리더로 설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모세범은 영웅이라기보다는 독재자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이는 종교와 권력이 결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을 보여주는 장치로 읽힙니다. 더불어 외부인을 숨겨준 주민들에게 붉은색 페인트로 표시를 남기는 장면은 기독교의 십자가 표시와 박해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며 집단 내부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배척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의 문제를 목격하고 만약 저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나였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의 완벽한 조화

이 작품은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개봉 후 384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며 2023년 한국 영화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올랐고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어 제59회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까지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대표작으로 확실리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런 성과는 스타배우들이 출연했기 때문만은 아니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출이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엄태화 감독은 인터뷰에서 "재난은 배경이고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갈등"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화려한 CG와 스펙터클보다 관객이 실제로 겪을 법한 갈등과 선택을 현실적으로 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 황궁아파트는 재난 속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피난처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가는 축소판 공동체로 그려집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이자 거울"을 보여주려 했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재난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사회적 불평등, 혐오, 권력 구조를 극단적 상황으로 밀어붙여 표현한 작품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과 몰입을 동시에 경험하기 바랐다"라며 이를 통해 스스로의 선택과 도덕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집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 준 영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나면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 속 평범했던 주민들이 외부인을 몰아내고 '우리'와'그들'을 구분 짓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저 상황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물음은 영화를 본 관객 누구나 하게 됩니다. 솔직히 저 같은 경우 먹을 것이 부족하고 생존이 걸린 상황이라면 외부인을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명화나 도균처럼 용기를 내어 행동하는 캐릭터는 관객에게 이상적이고 도덕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영탁의 선택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모세범이 독재자로 변해가면서도 아파트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려 했던 점은 역설적으로 리더로서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장면에서 명화가 외부인들에게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우리 모두가 극한 상황에 놓이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사는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아 아니라 위기 속에서 나와 가족을 지켜주는 가장 소중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재난 영화가 허구가 아니라 현실에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더 몰입해서 봤습니다. 또한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가치와 인간다운 선택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